사람들의 기억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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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2-07-30 15:27 조회1,42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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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기억력
관주산에서 운동을 마치고 일행들과 함께 천천히 산을 내려오는데 반대편에서 모르는 사람이 휴대폰을 이용하여 노래를 크게 틀면서 올라오고 있어. “안녕하세요?”인사를 건네자 아무 대답 없이 고개만 끄떡하며 지나가버리자 옆에서 걷고 있던
선배께서 “자네 아는 사람인가?”하고 물었다. “아니요. 잘 모르는데요.” “그러면 왜 인사는 했는가?” “모르는 사람이라도 이렇게 새들의 노래 소리가 아름답고 공기 좋은 숲에서 만나면 서로 가벼운 인사 정도는 나누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렇긴 한데 나는 자네가 잘 알고 있어 그러는 줄 알았거든.” “그런데 나는 전혀 몰라요. 그리고 형님께 한 가지 부탁할 게 있는데요.” “무엇을 부탁하려는데?” “다름 아니고 앞으로는 제가 모르는 것은 묻지 말아주세요.” “그건 왜?” “형님도 생각해 보세요.
제가 모르는 것을 물어보면 제대로 답변해 드릴 수 없는데 그러는 저는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어요?” “제대로 대답을 못해주니 가슴이 아프다고? 에이~ 그건 아닌 것 같은데 혹시 자네 대답하기 귀찮아서 그러는 게 아니고?” “정말 아니라니까 그러시네요.”
“나는 자네가 아는 사람이 많고 그래서 방금 지나간 사람도 아는 줄 알았는데 모른다니 괜한 걸 물어봐서 대단히 미안하시!” “그렇다고 미안해하실 필요까지는 없어요.”이야기를 하는데 옆에서 걷던 후배가 “제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나서
처음 발령 받은 곳이 시골 면사무소거든요.” “그랬어!” “그런데 그때가 1970년대 봄인데 발령받아 가니‘시골마을로 다니면서 모내기를 독려하라!’고 지시를 내리더라고요.” “그러면 그때는 차(車)가 별로 없던 시절인데 시골에는 어떻게 다녔던가?”
“자전거를 타고 다니거나 그렇지 않으면 오토바이가 있는 직원에게 부탁해서 ‘어디까지만 좀 태워 달라!’고 해서 다녔는데 한 가지 문제는 시골마을 이장이나 새마을 지도자를 찾아가면 자꾸 술을 권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처음에는 주는 대로 마셨는데 자꾸 술에 취하게 되고 해서 면장님께‘저는 적성에 맞지 않아 모내기 독려하는 일은 도저히 못하겠습니다.’했더니 호적업무(戶籍業務)를 담당하는 호병계로 보내주더라고요.” “그러면 그 뒤부터 업무가 수월해지던가?”
“그런데 문제는 지금은 모든 업무가 전산화되어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만 입력하면 민원인에 대한 모든 자료를 다 조회할 수 있고 또 주민등록이나 호적등본 같은 서류를 프린터로 인쇄하는데 그 시절에는 모든 것이 수기로 작성하던 시절이어서 호적등본을 발급하려면
수가 많은 대가족의 경우 한나절이 걸리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그러면 애로가 많았겠네.” “그런데 문제는 생판 모르는 사람이 찾아와‘호적등본을 발급해 달라!’해서 원부를 찾아보면 그런 사람이 없어요. 그래서 다시 자세히 물어보고 어떻게 해서 찾아보면
‘김정이가 아니고 김정희인 경우도 있고 또 자신이 살고 있는 주소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더라고요.” “그러면 그럴 경우는 어떻게 했던가?” “지금이야 휴대폰이 보급되어 있으니 마을이장이나 새마을 지도자에게 전화를 해 보면 금방 알 수 있겠지만
그 시절에는 전화도 제대로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이지만 그래도 어떻게 마을이장에게 연락을 해서 민원인에 대한 것을 물어보고 서류를 떼어주곤 했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한 몇 년 그 일을 하고 나니 사람만 보아도 누가 누군지 그냥 다 알겠더라고요.”
“그러면 그때 그 사람들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가?” “그런데 그 자리에 있다 다른 곳으로 발령 받자마자 금방 모두 다 잊혀 져버리는데 그러고 보면 사람의 기억력이라는 게 정말 이상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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