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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연금 지 12월 호 / 여보! 비가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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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성한 작성일17-12-12 16:23 조회6,55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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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연금 지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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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보! 비가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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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한 님 경기 양평군 용문면 예술인마을길 

 

   

   사금내산 초입에 들어서니 다행히 비는 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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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붓한 산길이 생각보다 가파릅니다. 숨이 턱턱 막힙니다. 산등성이 너럭바위에 걸터앉아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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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싸준 김밥 한 줄과 뜨거운 커피 한 잔으로 어설프게 먹은 아침 식사를 보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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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위 너머로 봉긋하게 솟은 쌍분(雙墳)이 보입니다. 그 흔한 비석조차 없는 묘지이지만 잡풀이

​

 깔끔하게 정리돼 있습니다.

​

 

   몇 해 전, 일가붙이 네댓이 선영(先塋)에 벌초하러 갔습니다. 벌초 때마다 매번 그러하듯이 동생

​

은 예초기를 돌리는 정식 이발사이고, 나는 잘라낸 잡초를 갈퀴나 낫으로 걷어내는 보조 이발사입

​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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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설픈 일꾼이라 그런지 그날 조그만 사고가 났습니다. 가운뎃손가락에 가시가 박혔습니다.

​

​그 옛날 쇠꼴 베던 시절, 이 정도 상처는 다반사였습니다. 약국에서 사온 연고만 바르고 그냥 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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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뒀습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낫지 않았습니다. 손가락이 퉁퉁 붓고 쓰렸습니다. 동네 병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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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보니 종합병원에 가보라고 했습니다. 겁이 덜컥 났습니다. 직장에 휴가를 내고 대학병원에 가니

​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가시에 손가락 찔린 것뿐인데 무슨 수술까지…. 시무룩한 표정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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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그냥 놔두면 손가락을 잘라야 할지도 모른다며 알아서 하라는 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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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아침에 환자가 되어 난생처음 입원했습니다. 환자복 차림에 온종일 병원 침대에서 뒹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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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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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람쥐 쳇바퀴 돌듯한다고 투덜대며 출근하던 우체국 일상이 그리웠습니다. 아침이면 장꾼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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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적대는 장터 같은 우편실이 눈에 어른거렸습니다. 해맑은 여직원들의 얼굴도, 부릉부릉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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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며 오토바이를 타고 우체국 정문을 나서는 구릿빛 집배원의 얼굴도 보고 싶었습니다. ‘범사에 감

​

사하라’는 성경 구절도 생각났습니다.

​

 

   지난밤에는 신달자 작가의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는 산문집을 읽었습니다. 뇌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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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으로 쓰러진 남편을 무려 24년간이나 수발하며 깨달은 인생의 빛과 그림자를, 사랑하는 제자

​

​‘희수’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써 내려간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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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본문 중 ‘여보! 비가 와요.’라는 대목에 가슴이 울컥했습니다. 남편이 살아 있을 때는 몰랐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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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와요’, ‘국이 싱거워요.’ 등 일차적인 가벼운 말들이 무척이나 그립다는 내용입니다. 소소한

​

일상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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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끄무레하던 날씨가 비를 뿌리기 시작합니다. 배낭을 챙겨 메고 막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휴대

​

전화 벨이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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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보, 비가 와요. 조심해서 내려오세요.” 아내의 전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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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걸음이 가벼워집니다. 그래 맞아. 번지르르한 말보다 가벼운 말 한마디가 몸도 마음도 가볍게

​

 하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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