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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 뉴스 디카수필> 김성한, 호박꽃도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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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성한 작성일18-08-10 15:27 조회6,59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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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뉴스 디카수필>김성한, 호박꽃도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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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박꽃도 꽃이다 

 

                                                                                                        김성한             

 

                           

  이렇게 변할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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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포 전만 해도 붉게 타오르던 넝쿨 장미꽃이 팍삭 늙어버렸습니다.

​

 몰골이 말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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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시리도록 매혹적인 자태는 다 어디 가버렸는지? 가시만 앙상합니다.

 기찻길 옆 장미꽃, 오가는 이들의 마음을 얼마나 설레게 했던 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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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 사람들뿐입니까. 따사로운 봄 햇살도, 지나가는 열차도 그 관능적인 몸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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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붉히곤 했습니다. 벌, 나비는 말할 것도 없고요. 
 

  
 

길 맞은 편 밭둑에는한창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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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이 널따란 호박이  호박꽃 안으로 벌떼들이 잉잉거리며 날아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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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향기 진동하던 때에는 이런 싯누런 호박꽃은 거들떠보지도 않던 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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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도 세속처럼 염량세태(炎凉世態)를 따르는 것일까요.

호박은 남모르는 수모를 많이 받으며 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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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는 땅부터 홀대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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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이랑이나 토양이 비옥한 남새밭에는 언감생심 발 들여 놓을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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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해야 밭둑이나 냇가, 산기슭에다 둥지를 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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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그렇게 파놓는 구덩이에 씨를 뿌리고 인분 한 바가지만 넣어주고는 나 몰라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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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호박은 다른 작물처럼 주인이 보살펴주지 않아도 잘도 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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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덕꾸러기처럼 자라는 호박이지만 버릴 게 별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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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호박은 전을 부치거나 부침을 해서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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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처럼 동그랗게 생긴 ‘동그랑땡’은 술안주로 제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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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호박은 호박떡을 해먹고 호박죽도 끓여 먹습니다.

​

호박죽은 산후 조리에 좋습니다. 요즘 말하는 참살이(Well­being)식품입니다.

​

씨도 버리지 않습니다.

호박은 이렇게 젊으나 늙으나 다 쓸모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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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생이 무척이나 값집니다. ‘둥글둥글 호박 같은 세상’이라는 노랫말도 있지 않습니까.

​

각박한 세상살이 모나게 살지 말라는 메시지가 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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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렁한 고무줄 바지를 입은 촌부가 호박 이파리를 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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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보릿고개를 막 넘긴 이맘때쯤이면, 두레상 위에 자주 오르는 것이 호박잎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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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떼가 앵앵거리는 여름날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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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모깃불 피워놓은 마당가 살평상에 앉아 날된장에 보리밥 한 덩어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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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잎에 싸서 잡수시곤 했습니다. 매캐한 모깃불 연기가 담벼락을 넘어가는 날 밤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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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집에 사는 ‘놀부 용식이’가 자주 놀러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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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식이는 어린 호박에 고추를 내어 놓고 오줌 누기를 좋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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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이 ‘놀부’이지 하는 짓은 영판 ‘흥부’입니다.

“콧물 찔찔이 용식아, 어디에서 정붙이며 살고 있나?”

 
문득 어느 시인의 시 한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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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식아, 보고자퍼서 죽겠다. ×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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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 열차가 꽥! 소리를 지르며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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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뜩 정신이 듭니다. 아내가 집에 빨리 가자며 팔을 잡아끌더니 한마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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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까짓 호박꽃도 꽃인가 뭐!”

 
참 속물덩어리인 아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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